[뉴스피릿 탐사추적] 법무법인 동주 이세환 대표 변호사, “누가 폭력을 콘텐츠로 만들었나”… 알고리즘·인터넷방송·방관 구조 법률 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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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 자문
[탐사|야차룰➁] “누가 폭력을 콘텐츠로 만들었나”… 알고리즘·인터넷방송·방관 구조
뉴스피릿 탐사추적팀 홍성대 PD · 김태인 기자
법률자문 : 법무법인 동주 대표 이세환 변호사
“누가 폭력을 콘텐츠로 만들었나”
폭력은 언제부터 놀이가 됐을까. 그리고 언제부터 돈이 됐을까.
뉴스피릿 탐사추적이 만난 청소년들은 야차룰 영상을 촬영하고, 저장하고, 사고팔고 있었다. 싸움은 더 이상 골목길에서 끝나지 않았다. 휴대전화 속 영상이 되고 SNS 게시물이 됐으며, 일부는 돈을 받고 거래되는 콘텐츠가 됐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누구도 멈춰 세우지 않았다. 학교는 학생들의 변화를 뒤늦게 알아챘고, 플랫폼은 조회수와 체류시간을 늘리는 데 집중했다. 관계기관은 삭제 요청과 사후 조치에 머물렀다.
아이들은 폭력을 배운 것이 아니라 소비하는 법을 먼저 익히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폭력을 자극적으로 포장해 유통하는 플랫폼 구조와 이를 방치한 어른들의 침묵이 자리하고 있었다.
뉴스피릿 탐사추적은 1편에 이은 2편에서는 청소년 야차룰이 단순한 학교폭력을 넘어 하나의 콘텐츠가 되는 과정과 그 뒤에 숨어 있는 책임의 구조를 추적했다.
[편집자 주]
■ 시리즈 순서
① “각서 쓰고 한판 뜰래?”… 청소년 사이 번지는 ‘폭력 놀이’의 실체 → 야차룰과 진화된 학교폭력 실태
② “누가 폭력을 콘텐츠로 만들었나”… 알고리즘·인터넷방송·방관 구조 → SNS 확산과 플랫폼 책임 논란
■ 4천 원에 거래되는 아이들의 폭력 영상
지난 5월 뉴스피릿 탐사추적은 청소년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는 야차룰 실태를 보도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학생들은 “작년에도 있었다”, “어제도 있었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들은 지하주차장과 공원, 놀이터 등에서 실제 싸움이 벌어졌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취재를 이어가면서 확인된 사실은 더 충격적이었다. 폭력은 이미 기록되고 저장되고 거래되고 있었다.
뉴스피릿 취재진이 만난 한 여학생은 자신이 야차 영상을 직접 촬영한다고 말했다.
“그냥 보는 재미 있잖아요.”
왜 찍느냐는 질문에 돌아온 답이었다.
이어 여학생은 “트위터에서 팔아요”라고 말했다.
“돈 필요해서 자기한테는 익숙하니까 이제 이걸로라도 돈을 짤바리(용돈벌이) 벌자 싶어서 파는 거 아닐까요?”
폭력은 더 이상 싸움으로 끝나지 않았다. 촬영되고 저장되며 상품이 되고 있었다.
뉴스피릿 취재진은 곧바로 SNS 실태를 추적했다.
실제 SNS에서는 ‘싸지’라는 이름으로 폭력 영상 판매 게시물이 버젓이 올라와 있었다. 판매자들은 자극적인 샘플 영상을 공개하며 구매자를 모으고 있었고, “판매 완료”라는 문구까지 내걸며 거래를 유도하고 있었다.
취재진이 판매자에게 직접 접촉하자 그는 청소년 싸지 영상을 판매하고 있다고 답했다.
취재진: “청소년 싸지 영상 있으신가요?”
판매자: “네.”
취재진: “몇 개 정도 있나요?”
판매자: “10개의 4만원입니다.”
아이들의 폭력이 한 건당 약 4천 원에 거래되고 있었던 것이다.
■ ‘싸지’ 시장이 된 SNS
전문가들은 이 현상을 단순한 학교폭력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이수정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뉴스피릿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에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폭력물, 잔혹물들을 소비하는 문화가 이미 생긴 것”이라며 “아이들도 참여해서 금전적인 투기를 하기에 이르렀다. 일종의 도박판이 형성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현재 구조는 일반적인 불법 콘텐츠 유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촬영자가 영상을 만들면 판매자가 영상을 모아 SNS에 올린다. 구매자는 돈을 내고 영상을 받는다.
브로커 계정은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한다. 그리고 구매한 사람은 다시 다른 곳에 재판매한다.
폭력이 콘텐츠가 되고, 콘텐츠가 돈이 되고, 돈이 다시 폭력을 부추기는 구조다.
더 심각한 것은 이 과정에 직접 싸움에 참여하지 않는 청소년들까지 대거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촬영하고, 누군가는 편집하고, 누군가는 판매한다.
폭력은 어느새 청소년들의 놀이문화 일부처럼 소비되고 있었다.

■ 복싱장까지 빌려 싸우는 아이들
폭력의 무대도 진화하고 있다.
과거 학교 뒤편이나 골목길에서 벌어지던 싸움은 이제 복싱장과 체육관으로 옮겨가고 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청소년은 “복싱장 하루 빌리거나 하면 4만원에서 7만원밖에 안 들어요”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체육관에서 안전하게 하고 싶다 싶으면 체육관에서 하자”고 설명했다.
아이들은 경찰 신고나 외부 시선을 피하기 위해 오히려 돈을 내고 링을 빌리고 있었다.
뉴스피릿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공간대여 플랫폼에서는 복싱장과 체육시설이 시간 단위로 예약되고 있었다.
부모 동의 등 형식적인 절차만 거치면 대여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누구도 사용 목적을 확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운동인지, 스파링인지, 촬영인지, 폭력을 위한 장소인지 검증하는 시스템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
■ 학교는 왜 야차룰을 막지 못했나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학생들은 야차룰이 특정 지역만의 현상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학교에서도 다 알아요.”
“작년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어요.”
학생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학교는 대부분 사건이 터진 뒤에야 알게 된다. 야차룰은 학교 밖에서 이뤄지고 SNS와 단체 채팅방을 통해 확산된다. 교사들의 눈에 쉽게 띄지 않는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학교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최근 몇 년 동안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강화했다고 설명해 왔다. 그럼에도 디지털 환경에서 변형되고 있는 신종 학교폭력에 대한 대응은 사실상 걸음마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실태조사도 부족하고, 예방교육도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학생들은 새로운 폭력 문화를 먼저 배우고, 학교는 나중에 뒤따라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 스포츠를 가장한 폭력
복싱계는 청소년 야차룰을 스포츠와는 전혀 다른 문제라고 지적한다. 전 WBA 세계챔피언 홍수환 씨는 “이건 학폭, 학교폭력이지 전혀 스포츠하고 특히 프로복싱하고 전혀 상관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장도 절대 허락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야차클럽 조용환 대표 역시 “도장을 빌려준 체육관 관장도 제정신이 아니고 부모들부터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정식 격투 스포츠는 보호장비와 심판, 의료진, 안전규정이 존재한다.
반면 청소년 야차룰은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진행된다. 학생들은 스포츠의 외형만 흉내 내고 있을 뿐이다. 이는 스포츠가 아니라 위험한 집단폭력에 가깝다.

■ 알고리즘은 폭력을 어떻게 퍼뜨리나
전문가들은 SNS 플랫폼 구조에도 주목한다. 짧고 자극적인 영상일수록 더 많은 조회수를 얻는다. 주먹질과 욕설, 싸움 장면은 이용자의 시선을 붙잡는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체류시간을 늘릴 수 있는 콘텐츠가 된다.
이상화 게임&VR콘텐츠디자인학과 학과장은 “아이들이 빠져들기 좋고 숏폼 만들기 좋고 돈 만들기 좋은 콘텐츠”라고 말했다. 한 번 관심을 보인 이용자에게 유사 콘텐츠가 반복 추천되는 알고리즘 구조는 문제를 더욱 키운다.
폭력 영상이 또 다른 폭력 영상을 부르고, 모방 행동을 확산시키는 악순환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 삭제 요청만 반복하는 정부
뉴스피릿 취재진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도 입장을 물었다.
방심위는 영상이나 이미지만으로 청소년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고, 촬영과 판매 행위 자체는 심의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
정부 대응은 삭제 요청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런 동안 영상은 다시 올라오고 또 다른 계정에서 재유통된다.
유럽연합은 디지털서비스법(DSA)을 통해 플랫폼의 위험관리 의무를 강화했고, 영국은 온라인안전법을 통해 아동 보호 의무를 명문화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사후 삭제 중심 대응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청소년 폭력 영상이 얼마나 유통되는지조차 정확한 통계가 없다. 실태도 모르고, 규모도 모르고, 확산 경로도 모른다. 그러면서 아이들을 보호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에 가깝다.
법무법인 동주의 이세환 변호사는 "현재 야차룰을 촬영한다는지 하는 것에 대해서는 규제를 할 수 없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단순히 어떤 기업의 자정적인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 "법의 개정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 방관의 대가는 아이들이 치른다
야차룰의 본질은 단순한 청소년 일탈이 아니다. 폭력을 촬영하는 아이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조회수를 위해 자극적인 콘텐츠를 추천하는 플랫폼, 목적을 확인하지 않는 공간대여 시스템,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교육당국, 삭제 요청 외에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관계기관이 함께 만든 구조적 결과에 가깝다.
아이들은 링 위에서 싸우고 있지만 정작 그 링을 만든 것은 어른들일 수 있다. 폭력을 콘텐츠로 소비하게 만든 사회, 폭력이 돈이 되는 구조를 방치한 플랫폼, 그리고 뒤늦게 사태를 쫓아가는 제도.
청소년 야차룰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문제는 아이들이 아니다. 그 아이들을 방치한 어른들의 책임이 어디까지인지 묻는 일이다.
출처 : 뉴스피릿

